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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매일경제] 접촉 적은 VIP석·OTT 관람권…문화로 신년 인사합시다 2022-04-15

◆ 2022 신년기획 이젠 선진국이다 / 기업이 예술 꽃피운다 ④ ◆

메세나協, 기업 1000곳 설문, 47% "비대면 문화상품 개발"

접대비 20% 법인세 혜택, 문화접대비 제도 활용해야

 

 

 

공연·영화·전시 관람으로 음주 회식을 대신하는 문화 송년회는 MZ세대가 선호하는 새로운 기업 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따듯한 연말을 선사하던 문화 송년회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동고동락해온 협력사와 고객들을 위한 문화접대 행사 역시 급감했다.

실제로 한국메세나협회(회장 김희근)가 최근 국내 기업 1000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무려 754곳(75.4%)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문화접대가 위축됐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의 13.6%(136곳)만 문화접대비 제도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 중에서도 실제 문화접대비를 지출한 기업은 8.8%(12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접대비 제도'란 기업 접대비 한도가 초과될 때 문화접대비로 지출한 금액의 20%까지 비용으로 추가로 인정해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는 것으로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국세청 정보공개에 따르면 2020년 신고된 법인 접대비 총액 11조7469억원 중 문화접대비로 신고된 금액은 105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0.09%의 비중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0.11%보다도 문화접대비 지출이 줄어든 수치가 실제로 확인됐다. 문화접대비로 인한 세수감소 추정치는 2020년 기준 23억100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문화접대비 지출로 인한 생산유발계수 등 가치창출비용은 약 290억8000만원으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월등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10년 이상 지원되고 있는 세제 혜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이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국내 기업 중 13.6%만이 문화접대비 제도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조사에서 제도를 알고 있는 기업이 13.2%에 불과했던 것과 비슷한 수치다. 문화접대를 몰라서 못 하고, 알아도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문화접대를 활용하고 있는 구체적 수치도 이번 조사로 확인됐다. 문화접대 시 주로 활용하는 방법을 중복 응답으로 설문한 결과, 기업의 53.8%는 공연·전시·박물관 입장권을 선물했다. 스포츠관람권과 영화관람권은 나란히 38.5%가 활용했으며, 23.1%는 음반·도서를 구입했고, 15.4%는 법인이 직접 개최하는 공연 등에 고객을 초청한 것으로 응답했다.

또 향후 문화접대를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의 지원으로는 응답 기업 중 56.5%가 세제혜택의 확대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했다. 38.3%는 문화접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29.1%는 경영진의 의지를 꼽았다. 코로나19 시대에 위축된 문화접대 활성화를 위해 47.7%가 '비대면 문화상품의 개발'이 가장 효과적인 보완점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접촉을 최소화한 VIP석 확대·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관람권 등이 거론됐다. 문화접대 지출과 별개로 응답 기업의 11.4%가 임직원을 위한 문화활동 지출을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의 평균 지출액은 680만원이었다.

매일경제는 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 문화접대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코로나19 한파를 맞은 문화·예술계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취지로 '문화로 신년 인사합시다' 캠페인을 시작한다. 때마침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안이 하나둘 발표되면서 문화로 선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

'문화로 신년 인사'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미술전시, 클래식·오페라, 무용, 국악, 연극·뮤지컬 등의 관람 티켓 등을 거래처에 선물하면 문화접대비로 인정된다. 

 

기업은 문화접대를 문화 마케팅과 메세나로도 확대할 수 있다. 공연장과 결연해 지속적인 후원을 하고, 결연 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에 거래처를 초청해 문화접대를 하는 방법도 있다. 비대면 시대에는 음반과 책을 선물하는 것도 코로나19를 슬기롭게 이겨낼 문화접대 방법이다.

이 밖에 100만원 이하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도 문화접대로 인정받는다. 기업들은 소액 미술품까지 문화접대 품목을 넓힐 수 있고, 미술계 입장에선 작품 유통이 활성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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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19 보도

 

4 [매일경제] 메세나로 맺어진 인연…이젠 7년 지기 깐부랍니다 2022-04-15

◆ 2022 신년기획 이젠 선진국이다 / 기업이 예술 꽃피운다 ③ ◆

오성정보통신 - 아카데미 열정과나눔, 1社1메세나


현악 합주단 `아카데미 열정과나눔`이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APS] 

▲ 현악 합주단 `아카데미 열정과나눔`이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APS] 

 

"작년에 인사 차 광주에 갔는데 직원 한 분이 '언제 공연하러 또 오십니까'라고 묻더라. 굉장한 보람이고, 감동이었다. 그들의 생활 속에 클래식 음악이 자리를 잡은 거다."(진윤일)

"클래식 음악 후원이 마중물이 됐다. 예술에 푹 빠지게 되니 장학금으로 연주자를 돕고, 그림도 사고 있다. 내가 더 고마운 인연이다."(이만선)

 

음악이 기업인과 예술가 사이 우정의 메신저가 됐다. 21명의 연주자가 활동하는 현악단 '아카데미 열정과나눔(APS)' 진윤일 음악감독과 이만선 오성정보통신 대표는 7년 전 '깐부'가 됐다. 직업과 나이, 먼 거리조차 극복하고 늘 안부 전화를 나누는 사이다. 

 

전남 남악에 본사를 둔 오성정보통신은 30년 업력을 자랑하는 인터넷 프로토콜(IP) 방송 솔루션 전문 기업이다. 이 대표는 광주 공장 복도에 지역 작가들의 그림 50여 점을 사서 걸 만큼 '메세나'에 진심인 경영인이 됐다. 이게 다 7년 전 인연 덕분이다.
 

 

이만선 대표(왼쪽)와 진윤일 음악감독.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0여 년 전이다. 진 감독이 목포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던 시절, 지인의 소개로 공연을 보게 되면서다. APS는 2012년 비올리스트 겸 지휘자 진 감독에 의해 창단됐다. "서울에 편중된 문화를 지방과 나누고자 한다"는 진 감독의 철학에 깊이 공감하면서 두 사람은 손을 잡았다. 2015년 한국메세나협회 매칭펀드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5년간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다. 오성정보통신은 이후 연간 1000만~1500만원을 후원했고, 정부의 지원금도 같은 액수가 더해졌다. 연간 2000만~3000만원이 수혈되면서 매년 죽느냐 사느냐 고비를 넘기던 악단은 재정적 안정을 찾았다.

진 감독은 "음악 단체에 매칭펀드는 '은인'이나 다름없다. 악단은 매년 쉬지 않고 정기연주회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펀드 덕분에 매년 2회 이상 정기연주회를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인연을 맺은 뒤 매년 여름 광주를 찾아가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아트홀에서 지역민들과 나눔 콘서트를 열고 있다. 오성정보통신의 직원이 가족과 지인들을 초청하고, 거래처도 함께 모인다. 성대한 문화 접대를 하는 셈이다. 작년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아쉽게도 광주 공연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올해는 특별히 더 기대가 된다. 광주 지역 작곡가의 음악도 연주하는 등 좀 더 특별한 공연을 준비해보고 싶다"고 진 감독은 말했다.

APS는 한국 작곡가의 신곡, 국악과 양악의 만남, 클래식과 대중가요의 컬래버레이션(융합), 인문학 강연과의 접목 등 관객과 적극적으로 눈높이를 맞추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친근한 선곡 덕분에 난생 첫 클래식 공연에도 반응이 좋아서 큰 기쁨이다. 메마른 산업현장에서 클래식을 접하는 건 색다른 경험일 텐데, 일을 대하는 태도도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된다. 가족과 한 끼 식사를 할 기회도 되고 그런 동기를 부여한 게 회사로서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오성정보통신은 매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하는 '2018 한국메세나대회'에서 '아츠&비즈니스(Arts&Business)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나는 지방의 작은 기업인인데 영광스러운 상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상을 받았지만 '아츠&비즈니스상'이 가장 애정이 간다"고 털어놨다. 

 

클래식 악단에 지난 2년은 악몽 같았다. 코로나19 쇼크로 공연이 몇 번이나 중단됐다. 연 8회 정도 공연을 하던 악단에 밥줄이 끊어질 위기였다. 때마침 2021년에는 5년까지만 연속으로 지원 가능한 규정상 매칭펀드 지원이 불가능한 시기였다. 이 대표는 그럼에도 사비를 털어 후원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APS를 보면 창작이나 연주에 남다른 열정이 느껴진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면 당연히 돕고 싶다. 펀드사업과 상관없이 후원은 이어간다. 10년 이상 힘 닿는 데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감독은 "오성정보통신이 지역사회에서 메세나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은 도덕적 의무)'를 실현할 수 있도록 기꺼이 도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7년 우정으로 맺어진 단단한 신뢰가 보였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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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17 보도

3 [매일경제] "역동적인 바다 그림 작가…진취적인 우리 회사와 닮아 지원" 2022-04-15

 ◆ 2022 신년기획 이젠 선진국이다 / 기업이 예술 꽃피운다 ② ◆

메트라이프생명 - 전희경 작가 1社1 메세나


지난해 11월 예술경영지원센터 전시 `매니폴드` 가 열린 예술의전당에서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대표와 임대식 아터테인 대표, 전희경 작가, 황애경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 이사(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메세나협회] 

▲ 지난해 11월 예술경영지원센터 전시 `매니폴드` 가 열린 예술의전당에서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대표와 임대식 아터테인 대표, 전희경 작가, 

황애경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 이사(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추상화가 전희경(40) 작업실은 인천시 서구 검암동 카센터 가건물 2층에 있었다. 한겨울 냉기가 스며들어도 하루 14시간 넘게 작업에 매진하는 공간이다. 홍대 대학원을 마치고 홍익대 인근 공동 작업실을 전전하던 작가가 2년 전 마련한 첫 번째 스튜디오로 전업작가인 남편(김진규)과 나눠 쓰고 있다.

전 작가는 100호가 넘는 대형 작품을 주로 작업한다. 그는 "걸작을 만들려면 눈 밝고 에너지가 좀 더 강할 때 대작을 많이 그려야 한다"며 "전업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후에 가급적 큰 작품에 집중하려고 넓은 작업실을 확보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첫 개인전을 연 후 15년째 꾸준히 활동해 동년배 그룹을 선도하고 있다. 전 작가는 "비주얼 배우보다는 연기파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평생 작업할 것"이라며 "인생을 걸었으니 유명세를 떠나 죽을 때 여한 없이 쏟아부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간중간 고비도 있고 흔들릴 때도 많았지만 전향(?)하지 않고 역량껏 원 없이 그림을 그렸다고 자부한다. 그림을 팔아 고정적 수입을 얻는다는 기대를 일찌감치 내려놓아 단기 일용직이나 파트타임으로 부업을 하며 전업작가로 버텨왔다.

이미 다양한 공모전과 레지던시(예술가 창작 공간 지원)에 선정될 정도로 인정받는 전 작가여도 전업의 길은 쉽지 않았다. 2019~2021년만 해도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예비전속작가 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갤러리 아터테인과 인연을 맺고 넓은 캔버스를 채울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만 39세가 넘으면 각종 청년작가 공모 자격도 없어져 일종의 '마의 구간'이라 불리는 40대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다행히 전 작가를 후원하는 기업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이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한국메세나협회 소개로 2021년 11월부터 3년간 연 500만원씩 총 1500만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전 작가는 "끊임없이 의심하는 자기검열 과정을 거치면서도 집중 작업을 해 왔는데 이런 지원을 통해서 혼자가 아니며 응원을 받는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의 메세나가 일종의 동기부여가 된 것이다.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은 전업작가가 작품 활동을 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창작을 지원할 수 있다는 실질적 지원 취지에 공감해 전 작가를 선택했다. 재단은 2019년부터 역량 있는 문화예술단체나 개인을 발굴해 경쟁력을 키우도록 지원하는 '문화예술 사회공헌 The Gift(더 기프트)'를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음악단체들을 지원하다가 미술 영역으로 확대한 것이다. 재단은 한국메세나협회 같은 비영리기관의 전문성과 기업의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이 시너지 효과(상승 효과)를 창출해 문화예술인과 기업이 동반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협회 추천 작가 중에서 바다와 폭포, 분수 등 대상들의 역동성을 담은 전 작가 작품의 진취적인 모습이 세계적 기업인 메트라이프와 닮았다고 판단해 후원을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전 작가 참여 '매니폴드' 전시회를 찾은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대표 겸 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은 "전 작가 작품을 보고 금강산을 떠올렸는데 작가가 실제 가보지는 않았지만 모티브로 삼았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며 "전 작가가 긍정의 힘을 믿고, 그림을 통해 많은 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포기하지 않는 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 작가는 추상화를 그리지만, 거대한 야외 공간을 떠올리게 해서 풍경화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양화 전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013년 겸재정선미술관에서 뽑은 '내일의 작가' 대상을 수상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코발트, 울트라 마린 등 청색 계열의 채도와 선명도를 유지해 표현하는 게 특징이다. 최대한 같은 계통 색을 인접하게 하거나, 의도적으로 붓에 여러 물감을 동시에 묻혀 한 번에 칠하는 혁필화 기법도 사용해 색조의 단순성을 극복하려는 과감한 배합을 시도한다. 

 

전 작가는 2013년까지 구상화를 하다 자연스레 추상으로 옮겨갔다. 그는 "구체적인 명사보다는 형용사, 동사, 뉘앙스로 표현하고픈 욕구가 생겨나면서 그림에 변화가 일어났다"며 "형태가 무너지고 다시 쌓이는 과정에서 그림을 보는 사람은 각자의 배경을 투영해 그림을 받아들이는 그런 상호작용이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메트라이프생명 사회공헌재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지만 문화예술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가 생겨나고 재단의 문화예술 사회공헌을 통해 접하는 예술은 조직·기업문화를 유연하게 하고, 긍정적 에너지를 줄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재단은 앞으로 전 작가가 임직원이나 고객 등 일반 대중에 작품을 소개하고 소통할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인천 =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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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14 보도

 

 

2 [매일경제] 신동빈의 결단…롯데타워 7층 통째로 털어 '한국의 샤넬' 키운다 2022-04-15

◆ 2022 신년기획 이젠 선진국이다 / 기업이 예술 꽃피운다 ① ◆


1社 1메세나 시대, 문화강국 뒤에 든든한 기업 지원

조각가들을 후원하는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롯데뮤지엄 전시를 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회사 로비를 미술관으로 꾸민 김영호 일신방직 회장, 현대차정몽구재단이 후원하는 무대에 선 피아니스트 백건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 조각가들을 후원하는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 롯데뮤지엄 전시를 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회사 로비를 미술관으로 꾸민 김영호 일신방직 회장, 

현대차정몽구재단이 후원하는 무대에 선 피아니스트 백건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국의 샤넬, 루이비통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나오려면 젊은 현대미술 작가를 지원해야 한다." 소문난 예술 애호가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8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7층에 현대미술관인 '롯데뮤지엄'을 개관한 후 이듬해부터 국내 신진 작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 디자인의 원천이 미술이기 때 문이다. 실제로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등 당대 최고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창조적 영감을 얻었다. 루이비통 역시 솔 르윗, 제프 쿤스, 구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 등 유명 현대미술가들의 작품 세계를 제품 디자인에 반영하며 '완판' 기록을 세웠다. 

 

롯데문화재단은 연간 약 200억원 규모의 문화예술 후원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후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예술 분야와 작가를 찾아 집중 후원하는 게 눈에 띈다. 지난해 롯데뮤지엄에서 열린 전시 '김정기, 디아더사이드'가 신 회장의 후원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난 사례다. 독보적인 라이브 드로잉 작가 김정기는 국제 무대에서 이 름을 알렸지만 국내 전시를 한 차례도 열지 못한 상태였다. 당시 전시회에선 그의 새로운 신작을 포함해 드로잉, 회화, 영상 등 2000여 점을 전시해 호평을 받았다. 

 

전시 이후 롯데그룹은 김 작가의 창작활동을 도왔다.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은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원단에 김 작가의 작품을 인쇄해 친환경 파우치 2종과 카드지갑 1종을 선보였다. 예술과 산업의 친환경 협력 사례로 주목받았다. 또 엔제리너스는 김 작가의 작품을 담아낸 머그와 텀블러 등을 선보였다. 김 작가는 이후 지난해 11 월 개관한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기념관'에 롯데의 역사 일러스트 작업도 함께하며 파트너십을 이어갔다. 

 

방탄소년단(BTS),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한류 열풍에 국내 기업들 제품이 덩달아 잘 팔리고 있지만, 한국 문화 성장 배경에는 이처럼 든든한 기업의 지원이 있다. 

 

김영호 일신방직 회장은 예술가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신문화재단이 소유한 서울 한남동 일신홀은 2009년 개관 이래 현대음악 작품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있다. 김 회장은 독일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 씨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2007년 독일 몽블랑문화재단에서 '몽블랑 예술후원자상'을 받았는데 이때 받은 후원금(1만5000유로)을 진씨에게 전달했다. 현대음악에 대한 김 회장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신홀은 연습할 장소가 마땅치 않은 음악가들 에게 무상으로 제공된다. 재프랑스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가 내한 때마다 연습실로 사용하는 곳이 일신홀이다. 김 회장은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잘 하지 못하는 백씨가 한국에 올 때마다 연습 장소를 찾느라 고생한다는 얘기를 듣고 1990년대 중반부터 이곳을 연습 장소로 제공해왔다. 일반적인 공연장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 관에 주력하지만 일신홀은 이처럼 수익 일정 부분을 포기하면서까지 음악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김 회장이 자택 내 공간을 설치미술가 이불 작가에게 작업실로 제공한 것은 문화계 몇몇 인사들만 아는 비밀 아닌 비밀이다. 

 

윤영달 크라운해태 회장은 15년째 조각가들을 후원하고 있다. 그는 2007년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크라운해태 송추 아트밸리 인근 모텔 10여 개를 인수한 뒤 이를 작업실로 개조해 조각가들에게 제공했다. 세계 최대 미술품 거래 장터인 스위스 아트바젤 기간에는 현지로 날아가 집을 빌려 조각가들을 말 그대로 먹이고 재웠다. 현 지 네트워크(인맥)를 총동원해 갤러리 대표들과 만남도 주선할 정도로 열정을 불살랐다. 그는 입버릇처럼 "조각계에서도 한류 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말한다.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은 2010년 두산연강예술상을 제정한 이래 2030세대 젊은 예술가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또 공연예술 분야 젊은 창작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인 '두산아트센터(DAC) 아티스트'를 통해 작품별로 1억원 규모의 제작비를 지원하고, 무대기술 장비와 연습실 등도 제공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2007년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현대차정몽구재단은 2009년 문화예술 후원 사업을 시작한 이래 총 424억원을 투입했다. 재단은 '온드림 문화예술 인재' 장학사업을 통해 클래식음악·무용·국악 분야에서 재능을 갖춘 중·고교생과 대학생들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이한나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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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13 보도

1 [매일경제] 정부지원 끊겨 낙담하던 추상화가…다시 붓 들게 한 '키다리 아저씨' 2022-04-14

 

◆ 2022 신년기획 이젠 선진국이다 / 기업이 예술 꽃피운다 ① ◆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안상훈 작가 인연

메세나協 가교, 3년 장기후원

安 "화가 삶 보릿고개에 단비"

金 "K미술, 중견작가에 달려"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왼쪽)이 미술 소장품들을 전시한 서울 구로동 사옥에서 화가 안상훈과 함께 웃고 있다. [김호영 기자] 

▲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왼쪽)이 미술 소장품들을 전시한 서울 구로동 사옥에서 

화가 안상훈과 함께 웃고 있다. [김호영 기자] 

 

추상화가 안상훈(46)은 지난해 말 정부 지원이 끊어지는 날이 다가오는 게 두려웠다. 201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작가 지원 사업인 '예비 전속작가제'를 통해 후원을 받아왔는데 2021년을 끝으로 종료되기 때문이었다. 화랑이 전속작가를 추천하면 심사를 거쳐 3년 동안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화랑이 매년 각각 1000만원과 500만원씩 지원하는 제도다. 홍보비와 전시 기회도 제공한다. 

 

초조한 나날을 보내던 그는 소속 화랑인 갤러리조선으로부터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벽산엔지니어링이 2022년부터 3년간 연간 500만원씩 총 1500만원을 안 작가에게 후원하기로 했다는 것. 기업과 예술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한국메세나협회가 안 작가와 벽산엔지니어링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예술 애호가로 소문난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75)은 한국메세나협회 회장, 현대미술관회 회장, 예술경영지원센터 이사장,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조직위원으로 활약하면서 문화예술계를 다방면으로 지원하는 '키다리 아저씨'다. 소장한 미술품이 1000여 점에 이르는 재계 대표 컬렉터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 구로동 벽산엔지니어링 사옥에서 만난 김 회장과 안 작가의 표정이 밝았다. 김 회장은 "3년 전 내가 이사장으로 재직한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중견 화랑들과 함께 전속작가제를 시작했다"며 "전도유망한 안 작가가 후원기간 3년을 다 채웠다고 '이젠 안녕' 할 순 없어 한국메세나협회 '1기업 1작가' 프로그램을 통해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고 후원 배경을 밝혔다. 

 

안 작가는 "가뭄에 단비 같은 벽산엔지니어링 후원으로 창작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며 "3년간 후원을 받을 수 있어 작품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는 독일에서 10년 넘게 활동하다가 2017년 귀국했다. 모친의 병세가 위중한 가운데 인천문화재단의 입주작가 공모에 선발되면서 귀국을 결심했다. 안 작가는 "지원 기간 1년이 끝나기 전 새로운 공모에 참여해 작업공간을 새로 확보해야 한다"며 "작품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 3년간 지원해주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한국메세나협회처럼 작업실도 장기적인 지원을 해주는 곳이 필요하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안 작가는 "작가 입장에서 40·50대는 일종의 보릿고개다. 20·30대에는 참가할 수 있는 이런저런 공모전이 많지만 마흔다섯이 넘어가면 나이 제한에 걸려서 공모전 참가가 불가능하다. 물론 '그 나이 됐으면 알아서 먹고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털어놨다. 김 회장도 안 작가의 말에 동의했다. "신진작가 후원도 중요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봅시다. 저는 안 작가처럼 작품세계를 확립한 미술가,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우리 미술이 가야 할 방향을 오랫동안 고민해온 작가들에게 보다 많은 후원을 하는 게 맞는다고 봅니다." 

 

[이한나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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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13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