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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매일경제] K클래식 날개 달아줄 기업 찾아요 2022-04-20

2015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문지영에게는 '키다리 아저씨'가 있었다. 넉넉치 않은 가정형편이었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의 '아트드림 콩쿠르'의 도움으로 스승 김대진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를 만나 일주일에 한 번씩 레슨을 받을 수 있었고 콩쿠르에서 결실을 맺었다. 2019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재홍도 '아트드림 콩쿠르' 장학생 출신이다.


두산연강재단은 2012년 당시 13세 소년이었던 피아니스트 이혁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대학 졸업 때까지 학비와 콩쿠르 출전비 등 3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혁은 제8회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과 최우수 협주상을 차지하는 등 굵직한 콩쿠르에서 정상에 오르며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했다. 기업의 메세나(문화예술후원) 활동이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피아니스트들이 세계적인 콩쿠르의 정상에 오르는 데 밑거름이 되고, 세계 예술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한 셈이다.

한국메세나협회가 'K클래식'에 날개를 달아줄 메세나 기업을 찾는다.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국제음악콩쿠르 출전 지원사업'을 통해 한국의 음악 인재들이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음악 인재들에게는 해외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치러야 하는 콩쿠르 출전 비용도 큰 부담이다. 오는 4월부터 시작되는 '국제음악콩쿠르 출전 지원사업'은 세계 최고 권위의 5개 국제 음악 콩쿠르(바이올린, 피아노 2개 부문) 본선에 진출한 우리나라 연주자 중 연간 최대 5명을 선정해 콩쿠르 출전비 300만 원을 지원하고, 최종 3위 이내 입상할 경우 기업과 연계한 후속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메세나 글로벌 아티스트' 타이틀을 부여해 수상자 특전으로 연주회를 마련하고, 향후 활동에 대한 홍보를 적극 지원한다. 이번 사업을 통해 뽑힌 인재들이 콩쿠르 입상시에는 연간 500만원 이상의 활동지원금 등 후속 지원을 해줄 기업을 매칭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첫 수혜자는 4월 본선 진출자가 발표되는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부터 탄생할 예정이다.

한국메세나협회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꿈을 향해 도전하는 예술인재들의 행보에 국내 기업들이 관심과 후원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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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17 보도

14 [매일경제] 무용 고수 조언에 발레 꿈나무 춤이 확 달라져 2022-04-20

◆ 2022 신년기획 이젠 선진국이다 / 기업이 예술 꽃피운다 ⑪ ◆

KT&G장학재단-한국예술영재교육원 1社1메세나 

 

서울 예술의전당 발레연습실에서 열린 `KT&G장학재단 발레 마스터 클래스`에서 발레리나 김지영(앞에서 둘째)이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 재학 중인 장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T&G장학재단] 

▲ 서울 예술의전당 발레연습실에서 열린 `KT&G장학재단 발레 마스터 클래스`에서 

발레리나 김지영(앞에서 둘째)이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 재학 중인 장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 = KT&G장학재단]

 

지난 1월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발레연습실에 모인 꿈나무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에 재학 중인 이들은 'KT&G장학재단 발레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한 장학생들이었다. 1인당 2분씩 주어진 시간 동안 자신이 준비해온 안무를 무대에서 뽐냈다. 앞에서 지켜보던 전문 무용수들은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살피며 조금 더 나은 동작을 펼칠 수 있도록 조언을 이어갔다.

이날 강사로 나선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발레는 외부에서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서 변화가 큰 분야"라며 "타고나는 감성적인 부분을 넘어 본인의 노력과 외부의 조력이 조화를 이뤄야만 우수한 무용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이번 클래스의 의미를 설명했다. 

 

일주일간 진행된 이번 클래스는 KT&G장학재단이 2016년 설립해 운영 중인 '예체능 장학사업'의 일환이다. 이 사업은 KT&G장학재단이 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 문화예술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유한 청소년 장학생을 선발해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문화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예체능 분야에서 우수한 미래 인재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다. 무용을 비롯해 음악, 미술, 전통예술 등 총 44명을 선발해 1인당 연간 5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7년간 이 사업을 통해 지급된 장학금 규모만 10억원을 넘어섰다.

발레 마스터 클래스는 KT&G장학재단이 경제적 지원 이외에 차별화된 체험형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했다. 예체능 장학생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장학사업의 외연 확대와 장학생들의 소속감, 자긍심 제고 등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클래스의 핵심은 유명 발레단 무용수와 안무가가 직접 나서 심화 교육을 장학생들에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무용 분야 최고 전문가가 직접 재능 넘치는 장학생들을 지도해 최상의 예술적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문 단장을 비롯해 강예나, 김주원, 김지영, 김현웅, 반리리, 안효진, 이영철, 제임스 전, 황혜민 등 발레 무대를 주름잡는 유명 무용수들이 대거 강사로 등장해 장학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기업의 지원으로 발레 관련 클래스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클래스의 총감독을 맡은 김인희 발레STP협동조합 이사장은 "아이들이 선생님의 짧은 지도에도 엄청난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보고 행복했다"며 "지속적으로 우수한 무용수를 배출하기 위해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 마련을 위한 지원이 많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KT&G장학재단은 이번 발레 마스터 클래스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향후 지속적이고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무용 외에도 국악, 미술 등 다른 분야 장학생을 대상으로 한 클래스도 진행할 계획이다. KT&G장학재단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참석 인원이 당초 계획보다 많지 않았던 점이 아쉬웠다"며 "향후 상황이 개선되면 오디션, 관객 초청 공연 등 다양한 방식의 프로그램을 통해 확대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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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08 보도
13 [매일경제] "문화 키운다는 자긍심에…회사일도 술술 잘 풀려" 2022-04-20

 ◆ 2022 신년기획 이젠 선진국이다 / 기업이 예술 꽃피운다 ⑩ ◆

티스케이프-극단 스토리팜 1社1메세나


정형원 티스케이프 대표(왼쪽)와 오승일 스토리팜 대표.
▲ 정형원 티스케이프 대표(왼쪽)와 오승일 스토리팜 대표.

"부산이 제2 도시라고는 하지만 문화예술적 토양이 척박하죠. 고향 사람들도 평소 연극을 즐기게 하고 싶었습니다."

정형원 티스케이프 대표(49)가 6년 전 부산 방문 때 잠깐 여유를 틈타 소극장 연극 '로맨틱 VS 코미디'를 보고 신선하다고 느꼈다. 서울서 보던 연극보다 세련되진 않았지만 차진 부산 사투리가 정감 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연극이 끝난 후 극단 스토리팜의 오승일 대표를 격려한 것이 계기가 돼 친분도 쌓게 됐다.

몇 달 후 재회했을 때 오 대표가 다음 연극을 무대에 올릴 비용을 걱정하자 정 대표는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기업이 이윤 창출 못지않게 중요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야 할 때 말이다.

정 대표는 대기업(LX하우시스)에서 근무하다 2012년 티스케이프를 창업해 업무·교육·커뮤니티 공간을 비롯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공간과 전시 등 창의적인 공간디자인을 전문으로 업력을 키워왔다. 창업 초 2~3년간 공사대금도 떼이는 등 고전했지만, 그즈음은 대기업 협력사로 등록돼 사업이 안정되던 시기였다. 정 대표는 "어릴 때 나처럼 지방에서도 연극을 널리 즐기고 부산 색깔이 강한 연극을 서울에서도 공연하면 좋겠다 싶어 후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도 중학생 때 단체관람으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처음 봤을 때의 놀라움과 기쁨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해 실내 인테리어 사업을 하게 된 것도, 일이 잘 안 풀릴 때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성찰할 수 있었던 것도 무대 연출을 보며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었던 그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이 같은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픈 욕구가 컸다.

부산 극단 스토리팜의 `청춘포차` 연극 장면.  [사진 제공 = 극단 스토리팜]
▲ 부산 극단 스토리팜의 `청춘포차` 연극 장면. [사진 제공 = 극단 스토리팜]

오 대표 소개로 부산문화재단과 한국메세나협회 등 문화예술 지원 매개 단체의 기업매칭 사업을 활용했다. 정 대표 도움으로 2015년 초연된 연극 '청춘포차'는 포장마차 주인 할머니를 중심으로 구직난을 겪는 취업준비생,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 사장, 그림이 안 팔리는 화가 등 우리 주변에 흔한 소시민들을 등장시킨다. 1시간 남짓한 공연이라 연극이란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도 쉽게 몰입한다. 이 연극은 극단 스토리팜의 대표 작품으로 지난해까지 꾸준히 무대에 올랐을 뿐 아니라 지난해 부산영상위원회와 부산 중구청 지원으로 웹드라마까지 제작돼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

오 대표는 "처음에 정 대표가 연극을 올리는 비용 2000만원을 대겠다고 나섰을 때 믿기지 않았지만 지속적인 후원이 나는 물론 배우들에게도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관객이 '이런 것도 연극이 되냐'고 물어볼 정도로 생활밀착형 대사가 차별화 요소"라며 "코로나19로 연기됐지만 서울에서도 '청춘포차'를 올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극단 스토리팜은 연극, 영화, 이야기가 있는 모든 것을 무대에 형상화해 이야기의 힘을 극대화시켜 보여주자는 취지로 작가, 연출자, 배우가 설립한 단체다. 오 대표는 "오징어 게임 같은 인기 콘텐츠도 그냥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며 "배우 등 연극인이 20~30년 투자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주변에 포기하는 후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문화예술을 지원한다는 자긍심 덕분인지 지원한 이후부터 사업이 술술 더 잘 풀렸다"고 밝혔다. 매출 30억원대일 때 지원을 시작했는데 7년 새 매출은 3배로 껑충 뛰고 직원도 40여 명에 달한다. 실제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티스케이프 본사 입구에는 '문화예술후원 우수기관'이라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증서가 진열돼 직원들 애사심을 자극한다. 기술평가 우수기업이나 경영혁신형 중소기업 확인서보다 눈에 잘 띈다.

티스케이프는 극단을 후원하면서 초기에는 본사와 협력사 직원들이 공연장을 찾았지만 일이 바쁘거나 멀어서 못 갈 경우 공연 DVD라도 챙겨보고 있다. 아울러 회사 지원 덕에 부산의 문화 소외계층도 초대권을 통해 연극 '청춘포차'를 볼 수 있었다. 부산의 문우당서점 등과 협력해 헌책을 기증하면 연극 관람 시 할인해주는 이벤트도 열어 더 많은 지역민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오 대표 또한 극단 운영에 여유가 생겨 지역민이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희곡 작법 강의도 할 수 있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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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14 보도
12 [매일경제] 20년간 책 선물했더니…이젠 고객사들 "다음 책 기다려요" 2022-04-20

 ◆ 2022 신년기획 이젠 선진국이다 / 기업이 예술 꽃피운다 ⑨ ◆

문화접대 모범기업 `더 성도`

20년전부터 음주접대 중단, 직접 고른 전시·공연 선물

 

더 성도 김상래 대표가 회사 복도에 전시한 이강소의 작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호영 기자] 

▲ 더 성도 김상래 대표가 회사 복도에 전시한 이강소의 작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호영 기자] 

 

인쇄솔루션 기업 더 성도의 김상래 대표(64)는 지난 설 연휴에 고객사와 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했다. 김경한 작가가 쓴 '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는 김 대표가 직접 고른 책. 2년 넘게 여행을 떠나지 못해 답답했던 마음을 책을 통해 해방시킨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다.

"우리 모두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자필 편지를 동봉한 이 책은 회사의 오랜 전통인 '문화 접대'의 일환으로 준비된 선물이었다. 연말에는 나태주의 시집 '사랑만이 남는다'를 선물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 성수동 사옥에서 만난 김 대표는 "2002년 창업주에 이어 회사를 이끌게 됐는데, 이후 20년간 독서경영을 해왔다. 옛날에는 한달에 한 번 독후감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숙제도 있었다. 전 직원의 글을 다 읽고 상도 줬다"고 말했다.

분기마다 1권씩 책을 나눈 지 10여 년이 넘어가면서 독서가 일상화됐다. 직원들은 대표와 타운홀 미팅을 하면 최근에 읽은 책 이야기를 거침없이 나눈다. 김 대표는 "대리, 과장급인 MZ세대에게만 특별히 고른 책을 선물해 주기도 한다. 책이야말로 저와 고객들, 직원들이 소통하는 매개체"라고 말했다.

회사 복도에는 작은 갤러리가 있다. '오리작가'로 유명한 이강소의 대형 작품이 입구부터 눈을 사로잡았고, 최만린의 조각과 마이클 케냐의 솔섬 사진도 걸려 있었다. 더 성도의 문화경영은 역사가 깊다. 입사 전까지 김 대표는 미국 씨티은행과 다우케미컬에서 근무했다. 1980년대 중반 한국에서 온 '촌놈'은 여름 뉴욕 시민들을 대상으로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센트럴파크에서 연 야외 공연을 보고 넋이 나갔다. 김 대표는 "반바지를 입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공연을 보는데도 뉴요커라는 자부심을 느끼더라.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면서 "공식 후원기업이 내가 다니던 씨티은행인 것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문화예술이야말로 가장 윤리적이고 감동적으로 소통하는 도구라는 걸 알게 되자, 그는 귀국 후 곧장 현실에 적용했다. 당시 인쇄업계는 밤새 술 먹는 게 관행이었다. 김 대표는 음주문화를 과감히 없애고, 모든 접대를 문화접대로 바꿨다. 2006년에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한국 초연 당시 티켓을 대량으로 구입해 고객사를 초청한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노쇼'가 30%였다. 20여 년을 꾸준히 초대하고, 교류하면서 지금은 초대하면 100%가 참석한다.

2007년부터는 한국메세나협회를 통해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와 중소기업 예술지원 매칭펀드 협약을 맺고 10년간 후원했다. 연간 두 차례 정기연주회에는 회사 온 식구가 참석했다. 김 대표는 "첫 공연 때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전 세계에서 '리' 단위의 오케스트라 후원은 아마 유일할 것이라 덕담을 해주셨는데 뜻깊은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는 파주 문화마을 헤이리에 복합 예술관 '공간 퍼플'을 세워 전시를 개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명절에도 다른 선물 없이 책이나 음반을 선물하는 게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회사 정체성에 적합하고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20년간 책 선물했더니 다음 책을 기다릴 정도다. 해외 8개국에 고객사가 있는데 방한 때마다 '난타' 공연이나 덕수궁 미술관 전시를 함께 가고 조수미, 장사익 등의 음반을 선물했다. 지금도 많은 고객이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경영은 사내 문화에도 긍정적 효과를 준다. 더 성도는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가장 먼저 예술의전당 11시 콘서트에 초대한다. 연 2회가량 함께 공연도 보고, 문화 송년회도 매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온 가족을 초청해 덕수궁 미술관 전시를 함께 봤는데 그 직원 자녀가 아직도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하더라. 직원들도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문화경영은 애사심을 이끌어내는 귀중한 도구"라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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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11 보도

 

11 [매일경제] 코로나로 고립된 화가…기업이 탈출구 열어주다 2022-04-20

◆ 2022 신년기획 이젠 선진국이다 / 기업이 예술 꽃피운다 ⑧ ◆

CJ문화재단 - 정정주 작가 1社 1메세나 

 

민희경 CJ 사회공헌추진단장(오른쪽)과 정정주 작가가 서울 갤러리조선에 전시된 정 작가의 작품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호영 기자] 

▲ 민희경 CJ 사회공헌추진단장(오른쪽)과 정정주 작가가

서울 갤러리조선에 전시된 정 작가의 작품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호영 기자] 

 

주로 설치미술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정정주 작가(52)에게 지난 2년은 고립에서 탈출하는 시기였다.

2002년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귀국해 여러 레지던시(예술가 창작 공간 지원)에 참여하며 작업실을 옮겨다녔던 그는 2007년 경기 연천에 작업실을 짓고 안착했다. 10년 넘게 그곳에 머물며 5차례 개인전과 수십 차례의 단체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바로 옆을 흐르는 한탄강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그에게 영감을 줬다. 겨울철 극한의 날씨라는 점을 제외하면, 천혜의 환경은 좋은 작업실이자 안식처였다. 하지만 외부와 단절된 탓에 느끼는 심리적 압박은 강과 강 사이의 거리보다 훨씬 멀었다.

"주변에 작가가 너무 없는 게 문제였죠. 북쪽이다 보니 지방에서 전시를 하게 되면 운송하는 분들이 저 하나만 보고 와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단체전을 할 때는 운송 인력이 동선을 짜서 움직이는데 저 때문에 연천까지 오는 걸 보면 뭔가 민망했죠."

모두가 거리 두며 살아가는 코로나19 시기에 역설적이지만 정 작가는 고립에서 벗어났다. 그는 2020년 애정과 추억이 쌓인 연천 생활을 마무리 짓고 경기 양평으로 작업 기반을 옮겼다. 조소작업 특성상 실제 작품을 펼치기 위해서는 넓은 공간이 필요한데, 이전 작업실보다 2배 이상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예술가 동료들이 모여 있는 덕분에 용접 작업에 필요한 외부 인력도 고정적으로 구할 수 있게 됐다.

"작업실을 옮기게 된 것은 코로나19 덕분일지도 모르겠어요. 2020년 봄 독일 레지던시에 갔다가 코로나19 때문에 간신히 빠져나왔거든요. 이후에 예정돼 있던 외국 일정이 모두 싹 날아가버렸어요. 장소를 옮겨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실행할 여유가 생긴 거죠."

그럼에도 그의 표정엔 씁쓸함이 느껴졌다. 지금도 전남 무안 등 국내 미술관에서 전시를 이어가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취소된 해외 전시들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더욱 커졌다. 작품을 전시해야 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 예술가에게는 꼭 필요한 과정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당장 경제적인 문제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를 위기에서 구한 것은 기업 후원이었다. 지난해 11월 CJ문화재단이 후원에 나서면서 정 작가의 작업 활동이 이어지게 됐다. CJ문화재단은 한국메세나협회 소개로 향후 3년간 총 1500만원을 정 작가에게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음악, 영화, 공연 등을 핵심으로 해온 이 재단이 미술가를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빛과 공간을 핵심으로 하는 정 작가의 작품 세계는 CJ문화재단의 사업 취지와 맞닿아 있었다. 

 

민희경 CJ 사회공헌추진단장은 "정 작가 작품은 지금까지 재단이 진행한 사업과 결이 이어진다고 생각했다"며 "설치미술이 완전 대중(大衆)적이지는 않더라도 작은 규모로도 많은 사람이 향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단이 지금까지 지원해온 '소중(小衆)예술' 개념과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지원 이유를 설명했다. "이제 막 지원받기 시작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상징적인 면이 정말 큰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기업에서 미술하는 작가를 후원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거든요. 제가 알기로는 거의 첫 사례예요."

 

기업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정 작가는 앞으로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를 통해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작품에 생동력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국 미술관이나 주요 갤러리에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열리면 좋겠어요. 코로나19로 국경이 닫히면서 사실상 개인적으로 진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거든요. 정부나 기관이 나서서 외국 전시 공간들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외국에 전시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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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07 보도

10 [매일경제] 소외아동 방과후 미술수업…동네 예술가들과 함께하죠 2022-04-20

 ◆ ESG 경영현장 ◆

소외아동 방과후 미술수업…동네 예술가들과 함께하죠



'포스코의 도시'인 포항의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소셜 아티스트(지역 사회 예술가)'와 함께 방과 후 미술 수업을 한다. 포항 참다운지역아동센터의 박사랑 양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꿈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셔서 기업 CEO(전문경영인)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광양 산들지역아동센터 정아름 양은 "미술 수업이 공동 작업이라 협동심을 배웠고 완성한 뒤에는 뿌듯했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포스코1%나눔재단이 소셜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미술 수업을 통해 기업 메세나(문화예술후원)에도 환경·책임·투명경영(ESG) 가치를 더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2013년에 설립된 포스코1%나눔재단은 임직원 급여 1%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재단이다. 미래 세대와 다문화가정, 장애인 등을 위한 다양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단은 2019년부터 한국메세나협회와 공동 기획한 '포스코 1% 나눔 아트스쿨'을 통해 포항·광양 지역 소외 아동들에게 더 의미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지역 연고의 예술가들이 주민들과 소통·교육에 참여하고, 아동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도록 한 것이다. 이 예술학교에서는 공예, 무용, 문학, 미술, 사물놀이, 음악놀이, 일러스트레이션, 합창 등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다양한 흥미를 충족시키고 있다.

 

3년 차를 맞은 포스코 1% 나눔 아트스쿨은 지난해 참여 지역아동센터를 80곳으로 늘려 총 2000회 교육을 실시했다. 참여 아동도 전년보다 늘어난 1099명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19로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날 수 없고, 돌봄노동 여력이 부족해 고립된 아이들에게 찾아가는 예술 교육도 다각도로 이뤄졌다. 포스코의 지원은 팬데믹 시대 생존 위기에 처한 지역 예술가에게도 안전망이 될 수 있었다.

 

재단은 1년여의 교육을 마치면 연말에 벽화 그리기와 전시회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아이들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종이공예 강사 노영이 씨는 "아이들은 콩나물 같다. 시루에 물을 부으면 쑥 자라난 게 보이듯이 아이들도 예술과 예절을 수업을 통해 배우고 쑥 자라난 게 보인다. 아이들이 '좋아요' '신나요'가 아니라 '행복하다'는 말을 해서 정말 기뻤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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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03 보도

9 [매일경제] 어둠 속의 연주…'키다리 아저씨' 있었다 2022-04-15

 ◆ 2022 신년기획 이젠 선진국이다 / 기업이 예술 꽃피운다 ⑦ ◆

신세계-한빛예술단의 10년 동행 스토리 

 

한빛예술단 타악앙상블이 전통 국악의 사물놀이 리듬을 살린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 = 한빛예술단] 

▲ 한빛예술단 타악앙상블이 전통 국악의 사물놀이 리듬을 살린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한빛예술단 첫 출발은 2003년이었다. '작지만 의미 깊은 음악을 시작해보자'는 마음들이 하나둘 모였다.

이들 단원에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빛을 제외하고는 앞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악보를 읽을 수 없고, 옆 사람 것도 외워야 하니 연주가 고통스럽죠. 안 보이는 사람이 음악을 배운다는 건 형극이에요." 예술단 설립을 주도했고, 그 자신도 시각장애인인 김양수 한빛예술단장의 회고다.
 

이제 한빛예술단은 '시각장애인 뮤직 컴퍼니'를 지향하는 프로 연주자 단체로 변모했다. 그 뒤엔 한빛예술단을 막후에서 지원한 '키다리 아저씨' 신세계가 자리했다. 신세계와 한빛예술단은 '메세나계의 베스트 커플'(한국메세나협회)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최근 서울 수유동 한빛맹학교에서 만난 김 단장은 "오래전 이 학교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장애인의 새 활로가 필요함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선택의 기로는 사실상 안마업 하나였어요. 안마업의 독점적 지위는 그마저도 끊임없이 도전받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시각장애인은 4배나 뛰어난 청각이 있잖아요. 장애가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음악을 '제2의 길'로 선택하자고 독려했죠."

2005년 세종문화회관 정기공연을 가졌고 공연 횟수는 2009년 100회를 돌파했다.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 폐막식, 한·아세안 정상회담 축하 공연에도 '한빛'의 이름이 등장했다.

한빛예술단 선배들의 위대한 행보에 음악을 생의 항로로 트는 후배도 늘었다. 재작년 맨해튼 음대에 입학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선, 서울대 음대 최초의 전맹(全盲) 시각장애인 입학생으로 화제가 됐던 김상헌 등이 모두 '한빛' 출신이다.

한빛맹학교에서 만난 이원호 신세계 ESG추진사무국 담당, 김양수 한빛예술단장·한빛맹학교장, 천성애 한빛예술단 원장. [박형기 기자]한빛맹학교에서 만난 이원호 신세계 ESG추진사무국 담당, 
김양수 한빛예술단장·한빛맹학교장, 천성애 한빛예술단 원장. [박형기 기자] 
단원들과 한자리에서 호흡해온 천성애 원장은 "예술단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정말 크다는 걸 매번 연주회마다 실감한다"고 털어놓는다.

"한 번은 삶을 등질까 고민했던 분이 저희 공연을 보고 '앞이 보이지 않은 연주자들도 무대에 서는데 비장애인인 나는 뭔가' 하는 마음으로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시각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생명에 대한 사랑을 확산하는 게 저희의 또 다른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빛예술단 전(全) 단원은 일반 오케스트라처럼 상당액의 월급을 받는 '정직원'이다. 신세계가 오랜 기간 결연을 하고 힘을 보탰다. 1999년 윤리경영 선포 이후 20여 년간 30여 개 사회적기업을 지원한 신세계에도 한빛예술단은 가장 애착이 가는 예술단으로 남았다. 2012년 첫 인연을 맺은 뒤 올해까지 10년간 정성 어린 후원은 이어졌다.

마침 지난 18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한빛예술단 새 음악극을 관람한 이원호 신세계 ESG추진사무국 담당은 "베를린필에서 받은 감동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세종문화회관, 대구 오페라하우스 등 다양한 무대에서 신세계는 시각장애인 연주자들의 기획 공연을 도왔습니다. 설립 초기엔 시각장애인들에게 새 직업 모델을 제시하며 자립을 지원하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나눔 문화의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신세계는 한빛예술단뿐만 아니라 경기문화재단, 국립국악원 등 문화예술단체와 협약을 맺고 100억원가량을 지원해왔다. 천성애 원장은 "한빛예술단이 독보적인 모범 사례가 되다 보니 예술단을 창단하려는 다른 곳에서 먼저 문의를 하기도 한다"며 "단원들의 치열한 노력과 함께 연주자 육성, 정기공연 기회 등 기업 후원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빛예술단은 요즘 다시 한번 도약할 기회 앞에 서 있다. 한빛예술단이 직접 모든 넘버를 창작하고 연주하는 음악극 '위대한 유산'을 정규 공연으로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위대한 유산'은 작곡에 눈을 뜬 학생 하름이가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음악가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동영상이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며 하름은 순식간에 유명 인사가 된다. 그 이후의 일은 어떻게 될까. '우리가 함께하면' '그러면 브라보' '노래가 나를 데려가' 등 6개의 음악극 넘버는 모두 단원들이 창작한 작품이다.

김양수 단장은 "절대음감이 80%인 단원들에겐 생활 소음조차 음계로 들린다. 시각장애는 핸디캡이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음악의 길을 가고 있다.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호 담당은 "한빛예술단원들이 모든 곡을 암보(暗譜)하며 이뤄낸 연주는 많은 감동을 준다. 한빛예술단 공연을 통해 많은 분이 감동과 영감을 얻으시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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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03 보도 

8 [매일경제] 소외아동 방과후 미술수업…동네 예술가들과 함께하죠 2022-04-15

 ◆ ESG 경영현장 ◆

포스코1%나눔재단


포항 미래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점자 동화책 만들기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메세나협회]
▲ 포항 미래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촉각점자 동화책 만들기를 하고 있다.

포스코의 도시'인 포항의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은 '소셜 아티스트(지역 사회 예술가)'와 함께 방과 후 미술 수업을 한다. 포항 참다운지역아동센터의 박사랑 양은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꿈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주셔서 기업 CEO(전문경영인)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광양 산들지역아동센터 정아름 양은 "미술 수업이 공동 작업이라 협동심을 배웠고 완성한 뒤에는 뿌듯했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포스코1%나눔재단이 소셜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미술 수업을 통해 기업 메세나(문화예술후원)에도 환경·책임·투명경영(ESG) 가치를 더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2013년에 설립된 포스코1%나눔재단은 임직원 급여 1%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재단이다. 미래 세대와 다문화가정, 장애인 등을 위한 다양한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단은 2019년부터 한국메세나협회와 공동 기획한 '포스코 1% 나눔 아트스쿨'을 통해 포항·광양 지역 소외 아동들에게 더 의미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지역 연고의 예술가들이 주민들과 소통·교육에 참여하고, 아동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도록 한 것이다. 이 예술학교에서는 공예, 무용, 문학, 미술, 사물놀이, 음악놀이, 일러스트레이션, 합창 등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다양한 흥미를 충족시키고 있다. 3년 차를 맞은 포스코 1% 나눔 아트스쿨은 지난해 참여 지역아동센터를 80곳으로 늘려 총 2000회 교육을 실시했다. 참여 아동도 전년보다 늘어난 1099명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19로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날 수 없고, 돌봄노동 여력이 부족해 고립된 아이들에게 찾아가는 예술 교육도 다각도로 이뤄졌다. 포스코의 지원은 팬데믹 시대 생존 위기에 처한 지역 예술가에게도 안전망이 될 수 있었다.

재단은 1년여의 교육을 마치면 연말에 벽화 그리기와 전시회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아이들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종이공예 강사 노영이 씨는 "아이들은 콩나물 같다. 시루에 물을 부으면 쑥 자라난 게 보이듯이 아이들도 예술과 예절을 수업을 통해 배우고 쑥 자라난 게 보인다. 아이들이 '좋아요' '신나요'가 아니라 '행복하다'는 말을 해서 정말 기뻤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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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03 보도

7 [매일경제] "우리 회사 고객들, 아트페어에 VIP로 모셨죠" 2022-04-15

◆ 2022 신년기획 이젠 선진국이다 / 기업이 예술 꽃피운다 ⑥ ◆

 

부산 화학 소재기업 동성케미컬, 고객사를 아트부산·음악회 초청

할할당어학원, 학생 공연 초대 문화접대로 회사 이미지 좋아져

 

동성케미컬은 2019년 창립 60주년 음악회 `동성 페스타-영웅이 부르는 신세계`에 기업 가족들과 고객사 임직원 등 1400명을 초청해 음악 축제를 열었다. [사진 제공 = 한국메세나협회]

▲ 동성케미컬은 2019년 창립 60주년 음악회 `동성 페스타-영웅이 부르는 신세계`에 

기업 가족들과 고객사 임직원 등 1400명을 초청해 음악 축제를 열었다.

 

화학 소재기업 동성케미컬은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 기업이다. 신발용 접착제와 수지를 생산하며 부산지역 신발산업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최근 들어 동성케미컬은 복합소재, 친환경 에너지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면서 메세나(문화예술 후원) 활동에도 진심을 다하고 있다.

동성케미컬이 메세나를 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문화접대비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룹이 오랜 기간 후원해온 부산 영화의전당 마티네 콘서트, 부산 월드필하모닉오케스트라, 평창대관령음악제 등에 고객사를 초청하거나 티켓 나눔을 해왔다. 2019년 11월 동성케미컬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린 음악회 '동성 페스타-영웅이 부르는 신세계'에서는 기업 가족들과 고객사 임직원 등 1400명을 초청해 성대한 음악 축제를 열기도 했다. 백정호 동성케미컬 회장(사진)은 평소에 강조해온 '문화를 성숙시키면 사람이 발전하고, 결국 구성원 개개인이 모여 더 나은 조직과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철학을 문화예술 후원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 2016년부터 공식 후원사로 참여해온 국제 아트페어 '아트부산'이 지난해 5월 열렸을 때는 고객사에 입장권을 나누고 전시를 관람했다. VIP급 고객과 협력사는 별도 초청 후 작품을 소개해 문화 기업 동성의 이미지를 심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미술 행사를 통해 고객사와 친목을 도모하는 기회를 문화접대를 통해 마련한 셈이다.

 

경기도 과천에 있는 할할당어학원은 지난해 말 학원 가족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줬다. 공연 '드립 소년단'의 티켓을 문화접대비로 구매해 학원생과 학부모, 선생님 등 총 314명에게 선물했다. 첫사랑에게 차인 준수가 밴드 동아리 드립 소년단에 들어가면서 꿈도 사랑도 되찾는 포복절도 코미디극이라 학생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됐다. 

 

할할당어학원은 '슬기로운 문화접대' 사업을 통해 티켓 구입비의 절반을 지원받기도 했다. 기업들의 문화접대 확산을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메세나협회가 중소·중견기업 문화접대비 중 50%,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할할당어학원 담당자는 "처음 문화접대 사업을 지원했는데 대만족이었다. 공연 내용 또한 너무 좋아서 재미 있고 교육적인 메시지를 담은 내용이라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좋아했다. 과천 일대에 입소문이 났는지 전월 대비 신규 학부모 상담 또한 2배 이상으로 상승하는 효과도 얻었다. 내년에 꼭 한 번 더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매일경제는 한국메세나협회와 함께 문화접대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코로나19 한파를 맞은 문화·예술계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취지로 '문화로 신년 인사합시다' 캠페인을 이어간다. '문화접대비 제도'란 기업 접대비 한도가 초과될 때 문화접대비로 지출한 금액의 20%까지 비용으로 추가로 인정해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는 것으로 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미술 전시, 클래식·오페라, 무용, 국악, 연극·뮤지컬 등의 관람 티켓 등을 거래처에 선물하면 문화접대비로 인정된다. 음반과 책 선물, 100만원 이하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도 문화접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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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28 보도

 

6 [매일경제] 10년간 청년화가 30명 지원…한국 현대미술 미래 밝혀 2022-04-15

◆ 2022 신년기획 이젠 선진국이다 / 기업이 예술 꽃피운다 ⑤ ◆

종근당-전현선·장재민 작가 1社1메세나 

 

서울 종근당 본사 사옥 12층에 걸린 전현선 작가의 작품 `두개의 뿔` 앞에서 김태영 종근당홀딩스 대표와 전 작가, 장재민 작가, 김노암 아트스페이스 휴 대표(왼쪽부터)가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 서울 종근당 본사 사옥 12층에 걸린 전현선 작가의 작품 `두개의 뿔` 앞에서 

김태영 종근당홀딩스 대표와 전 작가, 장재민 작가, 김노암 아트스페이스 휴 대표(왼쪽부터)가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젊은 날 3년은 미래를 바꿀 만큼 중요하다. 전현선 작가(33)는 2017년 종근당 예술지상에 선정된 뒤 인생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외길을 걷는 느낌이었는데 3년간 지원을 받은 덕분에 여유를 갖고 3m 넘는 대작에도 도전하며 작품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올해 3월 리움미술관이 6년 만에 재개하는 신진작가들의 단체전 '아트 스펙트럼'에 회화 작가로는 유일하게 참여할 정도로 주목받게 됐다. 이뿐 아니다. 2015년 종근당 예술지상 선정 선배인 장재민 작가(38)와 부부의 연도 맺게 됐다. 장 작가는 "어이없게도 작가들이 렌트비(월세) 때문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당시 선정 소식을 듣고 '작업실 월세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안도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는 "3년간 정말 원 없이 그렸다"며 "대상과 나 사이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에 대해 다양하게 실험해 보면서 자유자재로 표현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부 작가는 종근당 예술지상 선정을 계기로 예술 인생의 든든한 동반자를 만났다. 장 작가는 학고재, 전 작가는 갤러리2 전속작가가 됐다.

둘은 함께 살지만 작업실은 따로 두고 직장인처럼 매일 규칙적으로 작업한다. 장 작가는 "회화 작가는 매일 쉼 없이 그려야 감을 유지할 수 있다. 3~4일만 쉬어도 회복하는 데 일주일이 걸려 리듬에 맞춰 작업한다"고 밝혔다. 그는 낯선 환경을 소재 삼아 다소 어두운 색채로 추상적 풍경화를 그리는 반면, 전 작가는 추상성을 품은 기하학적 색면 도형으로 다채롭게 평면성을 탐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작가의 젊은 시절 3년간 성장하는 발판을 제공해준 것은 기업이었다. 종근당은 한국 현대미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2012년 한국메세나협회 '기업과 예술의 만남' 사업의 일환으로 대안예술공간 '아트스페이스 휴'와 손잡고 신진 미술작가를 지원하는 종근당 예술지상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매년 3명의 평면회화 작가(만 45세 미만)를 선정해 1인당 1000만원씩 3년간 총 3000만원의 창작지원금을 후원하고 마지막 해에는 창작 활동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어준다. 당시 한국메세나협회 부회장을 맡던 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솔선수범하려고 가장 취약한 기초예술 지원에 나선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이 독립적인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선정방식에 대한 공정성도 강화했다. 일반적인 공모 방식이 아니라 최근 2년간 미술관과 갤러리 전시 이력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선발하는 방식도 파격이다. 김노암 아트스페이스 휴 대표는 "매년 300명가량의 작가 작업물을 모아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작업에만 3개월씩 걸리고 1, 2차 다른 심사위원들이 참여해 최종 3명을 뽑는다"고 설명했다. 선정 소식을 전해 들은 작가들이 한결같이 "지원한 적도 없는데 선정됐다니 놀랍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김태영 종근당홀딩스 대표는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것이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드는 제약 본연의 사명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재능 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쳐 한국 현대미술계를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작가로 성장하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종근당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선정 작가들이 함께 교류할 수 있도록 부산비엔날레 등을 관람하는 워크숍을 지원하기도 하고, 2019년 역대 선정작가전처럼 5년에 한 번씩 단체전을 추가로 여는 등 지원방식을 꾸준히 개선해왔다. 올해부터는 지원한 작가들을 온라인에서 더 널리 알리기 위해 홈페이지를 만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활동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충관 한국메세나협회 사무처장은 "메세나 사업은 좋은 뜻으로 시작하더라도 기업이 경제적으로 취약해지면 예술 지원부터 끊기 쉬운데 이례적으로 10년 이상 꾸준해 모범적인 메세나 사례로 손꼽힌다"고 전했다.

정부 지원이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형평성 문제 때문에 1년에 그치는 현실에서 민간기업이 온전히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3년을 만들어 줬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실제 종근당 지원을 받은 작가들의 활약상도 놀랍다. 2012년 1회 선정작가인 윤상윤은 중국의 대표적인 젊은 작가들의 아트 플랫폼 '청년예술100'에 선정돼 기획전에 초대됐고, 같은 해 선정된 이혜인은 2013년 대구미술관 Y아티스트 프로젝트에 뽑혀 초대전도 열었다. 6회 선정작가 최선은 전혁림미술상도 거머쥐었다. 이들의 작품은 정부 미술은행 소장품 목록에도 줄줄이 올랐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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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24 보도